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0년 전 단행한 9조4000억원짜리 ‘빅딜’이 결실을 맺고 있다. 삼성이 인수한 하만(Harman)의 지난해 매출이 인수 직후 대비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반도체 업황 불확실성 속에서도 삼성전자의 또 다른 성장 축이 조용히 힘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글로벌 오디오·전장 기업 하만 인수를 발표하고 이듬해 3월 인수를 마무리했다. 인수 금액은 약 80억 달러(약 9조4000억원)로, 당시 한국 기업의 해외 M&A 사상 최대 규모였다.
이 같은 성과의 배경엔 삼성과 하만의 기술 시너지가 있다. 하만의 디지털 콕핏과 카오디오 솔루션은 삼성의 5G 이동통신·반도체·디스플레이 기술과 결합해 고도화된 커넥티드카 기능을 구현하고 있다. 반대로 하만의 80년 음향기술은 삼성전자 TV·가전·모바일 제품에 녹아들어 프리미엄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하만의 사업 구조도 빠르게 전장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지난해 전장 관련 매출은 10조11조원 수준으로 전체의 65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디지털 콕핏과 카오디오 분야에서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미국 오토모티브뉴스가 선정한 글로벌 100대 전장 기업 순위에서도 40위권에 진입했다.
이 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추가 투자를 통해 미래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하만은 지난해 5월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사업부를 5000억원에 인수해 B&W(바워스앤드윌킨스)·데논·마란츠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품었다. 같은 해 12월엔 독일 전장기업 ZF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사업부를 약 2조6000억원(15억 유로)에 인수하며 자율주행 핵심 기술까지 확보했다. 헝가리에도 약 2300억원을 투자해 전장 R&D 및 생산기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하만의 성장세가 삼성전자 전체 실적에 어떤 파급효과를 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 사업 구조 속에서, 하만이 전장·오디오 분야에서 꾸준히 안정적인 실적을 쌓아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읽힐 수 있다.








